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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에 매몰되지 말 것, [폴리매스]

신나yo 2021. 4. 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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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서점처럼 기둥에 책을 진열?전시?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신간 코너 바로 옆에 있는 그 기둥은 사서분들이 추천해주시는 '큐레이션'코너다.
*이 외에도 서가에 "ㅇㅇ의 추천"이라는 작은 추천 메시지와 책이 함께 소개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독서 문화를 위한 자잘한 이벤트! 그런데 아는 사람이 많이 있으려나? 도서관 내의 이런 독서문화 홍보는 딱히 안 하는 것 같다.

동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이 놓여있을 때도 있고, 비슷한 주제가 모여 있는 경우도 있고, 주제의 연관성은 없지만 시사에 관련된 것들만 모아놓은 경우도 있는 등 매번 달라지는 추천 도서에 도서관 갈 때마다 가장 눈여겨본다. 신간 코너보다 이 기둥을 가장 먼저 주시하곤 한다.

이번에 도서관에 갈 때도 빌릴 책은 따로 있었는데, 이 추천코너를 먼저 봤고, 가운데에 놓여있던 이 책에 눈길이 갔다. 표지, 저자 소개, 목차를 훑어보고는 '아 이건 읽어야 한다'하고 집어왔다. 지금, 도서 리뷰를 쓰면서 가만 생각해보니 도서관 사서분들께서는 책벌레의 니즈를 너무 잘 알고 계신 듯하다ㅋㅋㅋㅋㅋ 도서관 갈 때마다 영업되어 추천 코너의 책을 한 권 이상 들고 돌아오게 된다.

본인이 추천하며 얹어둔 책 자리가 비어있을 때, 사서분들은 뿌듯해하실까?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는 "이러이러한 인간이 성공할 수 있고, 잘 사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내 방법을 따라 이렇게 해보라"라고 자기 자랑하는 내용 일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서관 사서분들의 추천도서는 항상 최고였기 때문에(신뢰도 엄청 높은 편ㅋㅋㅋㅋ) 믿고 읽었다.

결과는? 이번에도 추천도서는 대단했다ㅋㅋㅋㅋㅋㅋ 사서분들 진짜 능력자야. 이런 책을 발굴해서 추천해주시네 감사합니다 :)


폴리매스

이 책에서는 폴리매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26p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

28p
다능하고 박식한 폴리매스란 말 그대로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일을(poly는 세 개 이상을 의미) 출중하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29p
단지 재능이 많은 사람과 진정한 폴리매스는 다르다.
(중략)
다양한 재능을 발휘해 결실을 맺거나 각각의 재능과 관련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진정한 폴리매스로 보기 어렵다.

 

책 [폴리매스], 이미지출처는 "구글 도서 미리보기"

 


디지털 식민주의:
다량의 정보 속에서도 편향된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

161~162p

우리는 일종의 '디지털 식민주의'와 마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관계망과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자시느이 행동과 관련한 정보를 다량으로 넘기는데 주저함이 없다.

(중략)

기계학습에 기초한 정교한 알고리즘을 경험하고 나면 참으로 효율적인 추천 시스템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목표 시장'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광고주들의 요청에 따라 온라인 시장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업체가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를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중략)

손가락만 대면 온 세상과 연결되는 시대라고 말들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한 범주 속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중략)

계몽주의 시대의 백과사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는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집대성해 지식(과 개인)을 편리한 틀 속에 배치하고 있다.

책의 '중심 내용'인 건 아니지만, 개발자로서 취업하기 위해 학습을 시작했더니 이런 내용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평소에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포함한 각종 웹서비스에서도 '전문화를 조장하는 문화'는 있다. 바로 알고리즘! 며칠 안 되었지만,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인 유튜버 드로우 앤드류의 콘텐츠 내용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확실하고 일정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이 팔로워 수, 반응,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각광받는 "부캐 만들기"는 그런 '하나의 콘셉트'에 대한 돌파구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그 '부캐'마저 '하나의 컨셉'에 갇혀버렸지. 나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각각 콘셉트를 잡으려면 벌써 부캐를 몇 개나 만들어야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하이스쿨뮤지컬1 "Stick to the status quo"(현상을 유지해)

*새로운 데 눈독 들이지 말고 "하던거나 해라"라고 말하는 앙상블들.

 

또, 몇 달 전에는 "다 함께 여러 카테고리의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고 이야기 나누는 유료 모임"이 개설된 것을 보고(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빵 터져서 웃었다.
하도 '너 이거 좋아할 것 같아'하고 특정한 콘텐츠만 보여주니까, 이제 돈을 주고라도 '다른 콘텐츠를 볼 테다'하는 수요가 생겼다. 아이러니하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

책에서는 '기계로 대체 가능한 무능하고 값비싼 존재'보다는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한 인간 고유 가치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185p).

이 점은 대학시절 내내 내가 고민하던 이슈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그리고 졸업 후 1년 정도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공연예술이라고 믿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배우고, 실습하고 활동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취업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진행 중인 고민이고, 찾아보는 정보이기도 하다. "기계는 못 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학의 정체성은:
지식을 이어가는 창고. Not 취업 사관학교.

이 책에 따르면, 백과사전, 대학 등은 '지식을 모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163p)
대학, 형성의 기원이 '지식의 활용'이 아니라 '지식의 보관'이었다니....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을 대학의 실효성과 연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책의 논리를 따라가다 되짚어보니,
거참 되게 이상해 보인다.
매년 시행하는 "세계 대학평가"등에서는 평가 기준으로 취업 관련 항목을 강조하고 있을까, 아니면 논문 발표, 연구성과 등 지식의 생성과 관리에 더 가치를 두고 있을까?

 

내게 있어서 대학 시절은:
경영학도였지만, 사실상 자유전공같이 가득 채웠었다.

대학 학부 시절, '자유전공을 더 많이 뽑았다면 좋았을 텐데, 자유전공을 진짜 '자유하게'운영했다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동기들보다 교양수업을 더 많이 듣는 편이었는데, 그 덕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갖고 탐구하고 실행해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도전하는 습관, 자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고 작업하는 기회를 얻었던 것, 내가 모르던 분야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고 향후 전망도 듣던 것은 물론이다!
*들었던 수업은 경영 전공수업들, 작곡, 박물관 이론, 영화이론, 미디어 속 상징, 판소리, 서사극과 현대연극, 스페인 문학, 법학 개괄(통론), 행정법, 스케이트, 댄스스포츠(차차차, 그리고 하나 또 뭐더라... 라틴댄스였는데) 등 다양했다.

게다가, 전공 교수님들께서는 탐탁지 않으셨을 수 있지만, 난 전공 서적보다 전공 외의 서적을 더 많이 읽는 학부생이었다. 가방에 항상 읽을거리가 마르지 않았는데, 그때 [멋진 신세계], [1984], [페스트] 등의 문학을 읽었고, '고전 문학을 읽어라'라고 권하는 이유를 실감하게 되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꿰뚫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신기하지 않은가?- 경영 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는 편이었지만 늘 DBR(동아 비즈니스 리뷰. 경영 전문 잡지) 신규 발행본을 들고 다니며 한 꼭지라도 더 읽으려 애썼다.

또한, 우리 학교는 다른 요소들만큼이나 대자보로도 유명한데,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대자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읽어보고 토론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라 읽어보고, 토론도 하면서 간접경험의 폭을 더 확장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도서관이라는 공간도, 읽을거리라는 매체도 좋아해서 이처럼 여러 분야를 간접적으로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 덕에 중고등학생 때는 '닥치고 공부'만 하느라 경험하지 못했던 자기 인식,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깨달음, 사람과의 관계 맺기, 세상사는 한 가지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사춘기 겪을 나이에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대학 재학 중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사고했다.
이리저리 많이 굴러서 아프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얻은 것이 많고 가장 도움이 된 시기였다.

지금, 취업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졸업 후 시간이 지날수록 내 대학생활을 가득 채워 보냈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 중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가장 값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목표로 대학에 간다면 학점이 중요하겠지만, 기회/사고방식이나 경험의 확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학점보다 더 중요하고 값진 기회가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대학이 취업보다는 기계로 대체되는 경제활동이 더 많아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유전공을 표방하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세상과 당신이 보는 세상의 차이

'움벨트'라는 말이 등장한다(219p). 환경을 의미하는 독일어인데, 감각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세계를 말할 때도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사람은 보지 못하는 자외선과 적외선을 각각 꿀벌과 뱀은 볼 수 있다. 이 동물들과 인간이 보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움벨트를 설명하며, 이런 점을 강조한다. '확실히 단정 짓는 것을 경계하고 호기심을 갖기'

나는 평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할 때, "넌 너의 세계가 있지. 그런 세상을 보고 겪으며 살아왔구나. 그럴 수 있겠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가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라고 했던 바로 그 부분은, 감각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 환경에 따라 경험한 바이기 때문에 움벨트라고 칭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모두 같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 바라보고 경험하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 왜 여기서 나와?

36p

다방면에 탁월했던 천재로 임호텝Imhotep만한 인물도 없다.

인용을 안 하고는 못 배기겠다ㅋㅋㅋㅋㅋ

이모텝이라니! (영화<미이라>1편 참조)
실존 인물을 어떻게 각색해서 이야기를 만든 거야 대체.
신격화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친 존재를 악으로 그려놓고!
영어 쓰는 사람들이 이집트 영웅이자 학자이자 신관을 악마의 화신으로 만들어놨어 ㅋㅋㅋㅋㅋ

*영화 <왕의 남자>과 유사한 점이 보인다. <왕의 남자> 역시 "공길"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서 속 한 줄로부터 창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모두 두려워하는 연산군에게 '왕이 왕답지 못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기록으로부터 명작이 탄생했다.


서평:
가독성 좋은 글 구성으로, 전문화를 독려하는 시스템을 비판하며 폴리매스의 전략을 제시한다.

  1. 구조적인 책이라서 읽기가 편하다.
    목차 구성, 큰 제목마다의 글 구성이 굉장히 구조적이다.
    주장, 예시, 주장 강조가 이어지는 글인데, 읽기 수월하다.
  2. 단순히 인간을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능인에 관한 책'에 다소 실망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책[모든 것이 되는 법]-, 이 책은 단순히 인간을 분류하는 책이 아니었다. 얼핏 보기에는 같은 주제, '여러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식의 낭만적인 의견을 반복하는 책이 아니다.

    폴리매스라는 말의 의미,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대표적 폴리매스들 소개-사실 이 부분에서 사람을 분류하기는 한다. 앞부분 읽다가 흥미가 떨어져서 건너뛴 챕터이다-,
    전문화라는 체계의 단점들과 이 사회에서 폴리매스 기질을 회복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전략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얻은 점:
여러 우물파기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알게 되다.

초등학생 때, 홈스쿨에서(들어는 봤나? 미세스키!) 한 원어민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어느 유명 밴드인지 프로그램에서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영어 원어민 교사로도 일하는 그의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여러 직업을 갖고 싶어'라고 생각하고 꿈꿨다.
당시 어른들의 말씀으로는 '하나를 제대로 해야지'였지만, 지금은 다잡(多Job)이 보편화된 사회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 성향과 사고방식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대상과 잘 맞는 것 같다. 운이 좋네, 내가 고르거나 노력한다고 쉽게 달라지기 어려운 것들인데.

한때 남자의 자격 합창단 코치로 유명세를 탄, 최재림 뮤지컬 배우는 스승인 박칼린 음악감독님께 "잘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으로서, 성경에서도 같은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달란트든, 열 달란트든, 자기 받은 것으로 부지런히 힘써 그 이상의 결실을 내야 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며, 내 할 수 있는 것을 부지런히 하자!
단, 방향성은 잘 잡고 가자!
열심히만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니까, 방향성 잘 잡고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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